작성자 Admin(admin) 시간 2021-02-06 11: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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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 있는 그림, 쓸데 있는 예술

 

윤 익(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1과장)

 

그림이란 무엇인가? ,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의 전제에는 그림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예술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단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일종의 놀이처럼, 좋아하며 즐기는 흥미로운 활동이다. 어릴 적 미술시간은 당연히 행복한 시간이며 어린이들은 모험을 하듯 이런 저런 대상을 자유롭게 그려내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점차적으로 그림 그리는 시간과 즐거움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성인이 되고나서는 직업이 미술인이거나, 일부의 미술애호가로서 여가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며, 일반 대중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느덧 매우 낯선 일이 된다.

 

한해를 마치며 수많은 미술학도들이 배움의 터전을 떠나며 일종의 수련기를 거쳐 작가가 되려는 꿈과 두려움을 안고 현장에 몸을 담는다. 일반적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표현처럼 청년작가들에게는 초창기의 예술 활동이 그들에게 평생을 헤쳐 나갈 문화 예술 판에서 작가로서의 독자적인 색채를 결정한다. 2015년 제15회 빛전 작가로 선정된 하루 작가는 스스로 작가로서 사명감은 나의 예술적 성과를 과거의 미술에서 현대의 미술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발전성을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진술한다. 그리고 단순하게 개인으로서 일반적인 바람은 사회적으로 무언가 역할을 하며 소소하게 삶을 살아가는 성실한 사회인을 꿈꾼다고 한다. 그의 예술적 노동의 가치가 지극히 문화적으로 소통되며,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한편 솔직담백한 작가이다.

 

그는 미술에 입문하여 학습기 시절부터 시대를 담는 그림을 그리는 노력을 하였다. 한때는 현실참여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그림부터 기존의 한국화가 갖는 모순을 탈피하는 새로운 조형적 실험에까지 의식 있는 지속적인 주제를 통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통하여 전통적 한국화의 시대적 변화를 추구하였다고 스스로 독백한다. 결국 이러한 그의 사고와 실천은 어떠한 이유로 과거의 그림들이 크고, 무겁고, 깊고, 높은, 그 멀고도 먼 공간의 이야기만을 다루었는지,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마치 반어법처럼 우리 스스로에게 여러 형태의 질문을 하게 한다. 그는 언제나, 어떤 이유에서든 쓸데 있는 그림을 그리려 시도하였다. 하루 작가가 그토록 번민하는 쓸데 있는 그림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이러한 그림이 예술이라는 범주의 당위성을 획득하는 예술작품으로서 어떠한 명분을 지니게 될까? 질문 자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청년작가 모두에게 해당한다.

 

오랜 시간 우리의 한국화는 주제와 형식에 있어서 동적인 외형적 전개와 확장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는 정신적 내면성에 그 목적을 두었다. 이러한 연유로 한국화는 자신과 세상에 관한 조형적 표현보다는 자신의 내면성을 수련하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내적성찰에 그 의미를 두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 한국화에서 일반적으로 다루지 않는 현실적인 주제를 통하여 자신의 예술적 언어로 사회와 소통하고 작가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하려는 그의 시도는 매우 당위성 있는 노력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제작된 맛있는 산수는 그에게 있어 개인의 정신과 육체, 동양회화의 현대적 관점, 일상적 삶과 예술의 결합을 고민하던 그에게 새로운 지평선을 인식하게 하였다. 화면 가득히 펼쳐진 아름다운 산수화에는 온갖 음식들과 다양한 과일, 식재료들이 춤추며 노래하듯 구름에 둘러싸여 우리의 아름다운 산과 들을 이루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기발한 그의 그림은 우리의 경험으로 기억되고 인식되는 다양한 맛과 향이 느껴지며 오감으로 다가오는 독특한 경험을 안겨준다.

 

그의 작품 맛있는 산수-무등 기행은 더욱 현실감 있는 주제로서 맛과 멋의 고장 예향광주를 표현하는 작품으로 그가 살아가는 지역을 그만의 조형적 언어로 그려내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과거에 권력의 절대자인 왕이 이런 저런 사유로 가지 못하는 곳을 화공들이 그림을 그려 보여준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착안하여 그가 잘 알고 있고 현재 몸담고 있는 광주의 모습을 타인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시대에 매우 극적인 아날로그방식의 작품으로 과거 전통산수에서 공감되는 현실과 이상의 격 있는 조화로움이 느껴져, 새로운 방식으로 과거의 작품들을 재해석하여 그만의 방법으로 한국화를 발전시켜내려는 의도를 관람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한다. 그는 이러한 작품을 스스로 진행하며, 그리면서 생각하고, 이해하며,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기술한다.

 

가장 단순한 먹고 사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너무도 진실하고 현실적인 주제이다. 한편, 이러한 작품의 내면에는 오늘까지 자신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부모님의 얼굴과 사랑하는 이유로 가정을 이룬 아내와 이제 갓 태어난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이 투영되는 매우 사실적인 내용으로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진실한 이야기이다. 이처럼 쓸데 있는 그림, 쓸데 있는 예술을 위하여 멈추지 않고 변하고 생성되는 우리의 세상을 그만의 독자적인 작품과 삶을 통하여 하루, 하루를 진실하게 살아가는 청년미술인 하루의 앞날에 큰 박수와 기대를 보낸다.